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Один День Ивана Денисовича,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예전부터 간간히 유명세는 듣고 있었다.

오랜만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무심결에 뽑아들었는데, 그래서 그냥 읽어보기로 했다.

 

근데... 진짜 무척 재밌었다. 그닥 두껍지 않은 페이지수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그런 책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나는 이런 책 체질인가봐.

 

내용은 딱히 큰 사건이라던지 클라이막스가 있는건 아니었다.

제목대로, 이반 데니소비치라는 수용소 죄수의 일어나서 다시 잠들때까지의 하루를 세세히 기록해놓은것이다.

하지만 뭐랄까...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인간이하의 삶을 살며 마지막 자존심과 체면마저도 사라지고, 인간으로서의 삶의 의미가 뭔지도 생각할 수 없이 하루하루의 빵과 죽이 너무나 고맙고, 그 조금의 형편없는 음식만을 바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문체는 정말 담담했다. 그래서 읽는 도중에는 그럴수도 있지라며 끄덕거리며 읽다가 다 읽고 보니 정말, 어떻게 그럴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북풍이 몰아치는 정월의 시베리아(배경이 러시아니까)

그곳에서 최저의 식량과 최저의 난방과 최저의 의복으로 고된 노동을 (무보수로)하며 살아가는 죄수들.. 대부분의 죄목은 정말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다. 오랜 수용소 생활과 영양실조로 이가 빠지거나 머리가 빠진 사람들이 많은 처참한 광경들.

나갈 기약도 없고, 형기가 끝나더라도 다시 형기가 늘어나기도 하며 한번 들어가면 건강을 회복하기가 힘들어지는 영창살이도 하며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 10시에 잠들때까지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인생의 목표나 희망따위는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생활을 한다.

 

이반데니소비치는 평범한 죄수 중 한사람으로 오랜 수용소 생활로 어느정도 관록도 붙고 요령이 생겨서 식사당번몰래 죽을 빼돌리기도 하는 그런사람이다. 소포를 받는 일이 거의 없어서 같은 반의 부유한 체자리라는 사람의 잔심부름을 해주고 댓가로 먹을것을 얻어먹거나 다른 소일거리를 해주며 용돈을 벌어 담배를 사서 피우거나 한다.

어떠한 곳이라도 생활은 이루어지고 그것의 질이 높든 낮든 ㅡ 억울하거나 어쨋든 같은 인간이다. 대체 , 무엇때문에 자유를 억압당한채 그렇게 되어야 했을까.

 

 

인용

' 저녁이 되어, 이때쯤 여기서 인원 점검을 받을 때, 그 다음 수용소 문을 통과하여 막사 안으로 돌아올 때, 죄수들에게는 이때가 하루 중에서 가장 춥고 배고플 때이다. 지금 같은 때는 맹물 양뱃춧국이라 해도 뜨뜻한 국 한 그릇이 가뭄에 단비같이 간절한 것이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단숨에 들이켜게 된다. 이 한 그릇의 양배춧국이 지금의 그들에겐 자유보다, 지금까지의 전생애보다 아니, 앞으로의 모든 삶보다도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일이 끝나고 들어오면서의 대목이다. 이대목이 정말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유보다, 전생애보다, 자기자신의 삶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한그릇의 맹물 양배춧국....

무슨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 우선, 한쪽 국그릇에 담긴 국물을 쭉 들이켠다. 따끈한 국물이 목을 타고 뱃속으로 들어가자, 오장육부가 요동을 치며 반긴다.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바로 이 한순간을 위해서 죄수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슈호프는 모든 불평불만을 잊어버린다. 기나긴 형기에 대해서나, 기나긴 하루의 작업에 대해서나, 이번 주 일요일을 다시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나, 아무 불평이 없는 것이다. 그래, 한번 견뎌보자. 하느님이 언젠가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해주실 테지!'


이반 데니소비치가 예의 그 양배춧국을 먹고 있는 장면이다. 이 뒤로 이반데니소비치의 식사묘사가 1쪽넘게 걸쳐져 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식사는 아주 느긋하다. 먹을게 많아서 느긋한것이 아니라 비록 아무것도 없는 양배춧국 한 그릇이 식사의 전부이긴 하지만 고된 하루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식사시간이 거의 유일하게 그의 자유시간인 것이다. 하지만 그가 먹는 거라곤 양배추건더기 몇개와 얼어서 상한 무 한조각, 앙상한 등뼈가 보이는 생선한조각이 거의 전부인 멀건 국 한 그릇. 지금의 우리같으면 음식물 쓰레기로 취급할 것이지만, 이반 데니소비치는 체자리의 심부름을 해주고 체자리 몫으로 한그릇을 더 받아서 아주 행복에 겨워하고 있다... 멀건 양배춧국에 기뻐하는..

 

 '봐라,지금 슈호프는 사백 그램의 빵과 이백 그램의 빵을 차지한 것이다. 게다가 침대 시트에 이백 그램짜리 빵이 하나 더 있다. 더 이상, 뭘 더 바랄 것인가? 이백 그램은 지금 처치 하기로 하자! 그리고 내일 아침에 배급받을 식사와 이백 그램짜리 빵을 더 먹기로 하자! 그리고 내일 작업하러 나갈 때, 사백 그램을 더 가지고 가기로 하자. 그야말로 풍성하다! 매트 안에 있는 빵은 당분간 그대로 놔두기로 하자. 아침에 시트안에 넣어두고 실로 꿰매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75반에서는 장에 넣어두었다가 도둑을 맞았다고 하지 않는가? 일단 도둑을 맞으면, 어디 하소연할 곳도 전혀 없으니까 말이다.'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2005. 12. 2 작성

읽고서 정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되었던 책...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결국 ...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어찌보면 가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

허례허식 이랄지... 인간을 인간답게 뭐 이런것도 결국은 우리의 오래된 습관적인 인식일지도 모르겠지만.


덧글

  • kanonrei 2010/03/09 18:47 # 답글

    애경ㅋㅋ 너는 영화나 책이나 음악이나 좀 보고나서 찝찝해지는걸 좋아하는거같다ㅋㅋ 예전부터 느꼈지만ㅋㅋㅋ 만화도 그런거 되게 좋아하고ㅋㅋ
    너 감옥나오는얘기 좋아하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요거 봐봐!
  • 애켱서 2010/03/09 23:36 #

    컥... 감옥을 좋아하진 않는데 ㅎㅎㅎ 아랐또 너의 추천이니 봐볼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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